안 쓰는 아이폰으로 할 일 수첩 대체하기

처음에는 모든 할 일을 omnifocus로 관리했다.

근데 일상적으로 해야하는 일도 omnifocus에 관리하다보니, 할 일 리스트가 오염되는 느낌을 받았다.
tag와 flag, project 등으로 분리도 해보고, omnifocus pro도 결제해서 perspective로 나누기도 했지만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는데…
그 이유는 omnifocus에 중요한 할 일이 몇 개 남았냐는 “badge” 를 봐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badge가 “10”을 표시해도 그 중에 중요한 일이 몇 개고, 일상적인 일이 몇 개인지는 omnifocus를 들어가서 perspective를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 중요한 일만 보이게 하고 싶다고 일상적인 일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서 미리 처리하는 것도 주객전도…
그래서 일상적 할 일과, 비일상적(?) 할 일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나머지 글을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거나, 읽지 않아도 된다!일상적 할 일이라 함은 화장실 청소, 거북목 교정 루틴 등인데, 이런 일들은 대개 반복적이고, “히스토리 추적”이 되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장실 청소처럼 자꾸 미루게 되는 일도, 마지막 청소 날짜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 미루지 않고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거북목 교정 루틴은 며칠 연속으로 streak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habitify를 찾아 쓰게됐다.
하지만 어떤 시점에 habitify에 손이 안가서 사용을 그만두었는데, 이유로는:
할 일 수첩과 다르게 눈에 계속 띄질 않음
히스토리 추적이 되면 좋겠지만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님
습관화되면 굳이 따로 적어가며 해야할 필요까지 있는가?
“관리를 왜해? 그냥 하면 되잖아”
특히 5-1이 가장 컸다. 수첩으로쓰면 차라리 눈에 띄기라도 하지. 근데 항히스타민 같은 걸 주기적으로 먹어야하는 시즌이 되면 그래도 관리는 필요한 일상적 할 일이 남긴 하더라고.
그것에 더해 수첩에 매일 똑같은 할 일을 쓰고, 다시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것도 나름 자동화할 수는 없을까 고민되거든요.
지속가능하지 않거든요그럼 habitify를 계속 띄워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흐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SKT가 마침(?) 해킹을 당했다.
SKT 해킹을 핑계로 핸드폰을 바꿨다.
핸드폰을 바꾸니 쓰던 아이폰 미니가 남았다.
당근을 찾아보니 시세는 12-18만원 정도.
이 정도 가격이면 처분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habitify 전용 기기로 쓰는게 어떨까? 하고 리서치를 시작,

iOS에 Guided Access라는 기능을 찾았다. 적절히 설정하면 전원버튼을 3번 누르는 것으로 Guided access 모드에 진입할 수 있고, 이 모드에서는 그 앱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해지며 화면이 꺼지지 않게 된다!
이를 이용해 미니를 항상 책상 한 켠에 habitify만을 켜두는 수첩으로 쓰기 시작했고, 아주 만족한다.

여담으로 habitify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time slice(morning, afternoon, evening)으로 할 일을 나누는 것은 불편하고, 오히려 Focus로 보이는 할 일을 필터하는 것이 굉장히 만족인데, Settings > Focus > Work에 들어가서 “Work” focus일 때 habitify의 할 일 filter를 설정할 수 있다.
- 위 스샷처럼, Work focus일 때에는 “가계부 정리” habit은 보이지만, “화장실 청소” 같은 habit은 안보이게 설정이 가능하다.
그럼 omnifocus는 왜 guided access로 안 띄워두세요?
- 실제로 고민 중이다. 근데 일상적 할 일을 habitify로 빼면 omnifocus에는 정말 덩어리감이 있는 할 일만 남게 되어서, 맥북에 항상 켜져있는 omnifocus를 habitify와 동급으로 별도의 기기에 항상 켜둘 필요까지는 아직 못 느낀다.
habitify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주기가 한 달을 초과하는 할 일.
- 세탁조 청소같은 할 일은 주기가 1달보다 더 길다. habitify의 기준에서 이것은 “habit”이 아니기 때문인지, n(n >= 2)달에 한 번 하는 습관에 대한 설정이 불가능하다. 이런 할 일은 recurring + history tracking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상”으로 보기엔 애매한 게 사실이니 이 정도는 omnifocus에서 관리하고 있다.
비일상적 할 일 → 이건 앞서 말했듯이 omnifocus로 관리한다.
없던 의욕 만들기
그래도 habitify가 계속 눈에 밟히니 깜빡하는 일은 많이 줄여준다. 할 일을 정하는 단계를 없애주는 것이 허들을 많이 낮춰준다. 시작이 반인데 최대정지마찰력이 줄어든다.
특히 집안일은 미룰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미리 조금씩 처리하면 한 번에 몰아서 할 때보다 전체 할 일의 총량이 줄어든다는 게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