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

이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다. 나의 할 일 & 메모 처리 방법 (이때는 잠깐 존댓말로 블로그를 했던 시절)

최근에 이런 저런 변화가 생겨서 2021년 9월 기준으로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 최.신.판.을 정리해서 공개해본다. 물론, 앞으로도 개선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쉬운 시스템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족을 덧붙이며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왜 제목이 “나의 할 일 & 메모 처리 방법 2.0″이 아닌가?

사실 이전 글과 이 글의 주제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최근에 GTD (교보문고 링크)와 제텔카스텐 (교보문고 링크)을 읽으며 개념이 더 정리됐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모든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머릿속 생각을 굳이 세 가지로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할 일
  2. 메모
  3. 하지 않아도 되고, 잊어버려도 되는 쓸데없는 것 (= 잡념)

나는 할 일을 GTD 앱으로 관리하고, 메모를 PKM 앱으로 관리한다. GTD? PKM?? 각각의 개념을 가볍게 짚고 넘어가보자.

  • GTD: Getting Things Done. 해야하는 일들을 Inbox에 모두 넣고, 그것들의 적당한 카테고리, 태그, 우선순위 그리고 기한을 넣어 털어내는 시간 관리 개념의 상향식 접근법 중 하나. 대표적인 앱으로 Omnifocus, Things, Todoist, Wunderlist 등이 있다.
  • PKM: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메모들을 잘 저장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통칭한다. Roam Research, mem.ai, Evernote, Notion 등이 있다.

위 문단에서 링크가 걸렸다 = 내가 신경쓰는 앱이다 = 내가 사용하는 앱이다 = 나는 Omnifocus와 mem을 사용한다. 여기에 나는 추가적으로 habitify, simplenote 그리고 물리적인 포스트잇들도 사용 중이다. 총 네 가지 앱과 포스트잇을 각각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고, 예시를 들어서 나의 생각이 어떤 파이프라인으로 정리되는지 보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하지 않아도 되고, 잊어버려도 되는 쓸데없는 것”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난다. 🙏 잡념을 지우기 위해서는 명상하고, 운동하자.

Habitify

Habitify, 새로운 habit 추가 UI

올해부터 쓰기 시작한 앱이다. 유료. lifetime subscription이 (항시 할인 중이긴 하지만) 정가로 65 USD이다. 그에 비해 만듦새는 썩 좋지 않다. 후술할 Omnifocus도 50 USD로, 별거 없는(?) 이 Habitify는 그보다 가격도 비싼 주제에 훨씬 덜 정교하고, 적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잘 다듬어져있지 않다. 이렇게 혹평하면서도 쓰는 이유는 Omnifocus로 부족한 부분을 조금 채워주기 때문이다. Omnifocus를 더 잘 쓸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름에 걸맞게 나는 이 앱으로 주기적으로 해야하는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처리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들의 성격을 명확하게 정의하긴 힘들다. 나조차도 정의를 내렸다가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다만 현재 내가 Habitify로 관리하는 일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1. history tracking이 필요하다.
  2. (꽤 짧은) 주기적으로 반복해야한다.
  3. 실행력이 매우 중요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짱구 많이 안 굴리고 할 수 있어야한다.

내가 Habitify로 관리하는 할 일(Habit)들의 목록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 물통 세척
  • 영양제 먹기
  • 키보드 & 트랙패드 충전
  • 명상, 운동, 산책, 거북목 교정 루틴
  • 청소기 돌리기, 옷 정리, 먼지 털기
  • Omnifocus 확인하기 (!)

예전에는 이런 자잘한 일들까지 Omnifocus에서 관리했었다. Omnifocus는 (아쉽게도)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정교한 툴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자잘한 일들까지 중요한 일들과 함께 관리하다보니 모든 메세지들의 경중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느끼기 힘들었다.

이런 일들을 Omnifocus로부터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1월, 새해를 맞아 이런 저런 습관들을 트래킹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던 것이 시작이다. 대표적으로 운동을 트래킹하려고 했는데, 짬짬이 5개씩 턱걸이를 20개를 하는 것을 Omnifocus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여간 짜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Habitify로 분리해내니 Omnifocus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든 로그를 FATAL로 찍다가, 중요도가 낮은 로그들을 INFO, WARN 등으로 분리해낸 느낌이 들었다.

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1일 100버피를 백신을 접종하기 전까지 80일 연속으로 할 수 있었던 동기도 많은 부분 이 앱이 도와줬다. 브리타 정수기를 가장 마지막으로 세척한 것이 언제인지 알기도 편해졌다. Omnifocus에서 불가능하진 않지만, 꽤나 귀찮다. 하나의 할 일을 하루에 여러 번 달성해야하는 경우도 깔끔하게 처리된다. 나는 Omnifocus 확인하기를 하루에 3번 넣어서, 이 Habit에 대한 알림을 9시, 14시, 20시에 3번 받는다. 나는 기계적으로 9시, 14시, 20시에 Omnifocus를 확인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한다.

이 앱을 추천하진 않는다. Omnifocus를 더 잘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기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가장 대체되기 쉬운 포지션에 있다. 더 좋은 앱이 있다면 꼭 댓글로 알려주길 바란다.

Omnifocus

지정한 단축키를 누르면 나오는 “Quick Entry”

대부분의 할 일이 처음 꽂힌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키워드들도 많이 넣는다. 할 일을 만들기 위한 할 일도 넣는다. 세세한 카테고리(프로젝트)를 바로 정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간단하게 제목만 작성한 뒤 Omnifocus의 Inbox로 모두 넣는다. 퍼뜩 퍼뜩 떠오르는 상념들을 머릿속에서 비우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기법이다. 단축키를 눌러서 어떤 콘텍스트에서도 바로 넣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효율적이고,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털어버려 상념이 다시 떠오르지 않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하고있는 작업과 상관없는 생각들을 비워내는 것이며,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Inbox를 정리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언제? Habitify가 알려주는 9시, 14시, 20시) 혹시 “이미 이 아이템은 Inbox에 넣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주저하지 말자. 중복으로 들어가도 상관없다. Inbox Item의 uniqueness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생각은 행동의 동기가 될 때는 유용하지만 행동을 대신할 때는 방해꾼이 된다.

– 데이비드 앨런

이후에 Omnifocus의 Inbox를 확인하면서 할 일을 정리하거나, 관련된 메모를 남기면 된다. 대부분의 할 일들의 마감 시각은 오후 10시쯤인데, 내게 오후 10시의 의미는 이 날 중에만 처리되면 상관없음이라는 뜻이다. 이전에 오후 11시 설정에서 한 시간 앞당긴 이유는 남은 일들이 꽤 쌓여있는 경우 11시는 모두 털어내기에 너무 늦은 시각이었던 것. 오후 10시 마감이 아닌 다른 태스크들은 실제로 그 시각에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Omnifocus에서 관리하는 할 일들의 목록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 계획 읽기
  • 가계부 정리
  • Simplenote / Google Drive 정리
  • (특정한) 책 읽기
  • 면도날 교체 / 이불 & 베개 커버 빨래
  • 미용실 머리 예약 (4주 주기)
  • 안경 연말정산 서류 (1년주기, 11월 1일)
  • 개인 프로젝트 계획짜기 / 실행하기
  • 블로그 글감의 큰 주제
  • 사야할 것

일단 가장 이질적인 “면도날 교체”, “이불 빨래” 등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 이거 Habitify에서 관리될 할 일로 보이는데 도대체 Omnifocus에서 관리하는 이유가 뭐죠?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아주 훌륭한 독해력을 가지고 있다. 맞다. 나도 이런 할 일들을 Habitify에서 관리하려고 했으나, Habitify의 반복 주기 설정의 미약함으로 포기했다. 다행히 자주 반복되는 아이템이 아니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아, 이 정도로 타협하기로 했다.

미용실 머리 예약도 대단한 지적활동이 필요하지 않은데 왜 여기서 관리할까? 지금 시점에서 결정하기 힘들지만 어떤 시점이 되면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되는 아이템들을, 그 어떤 시점에 Remind해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사실 4주마다 머리를 짜르는 입장에서, 4주 반복 캘린더를 박아놓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만, 미용실에 가는 김에 이것저것 같이 묶어서 처리할 수 있는 태스크나 약속들이 종종 생겨서 나는 미용실의 예약을 너무 미리 잡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그래서 4주 주기로 월요일마다 미용실 예약 태스크를 완료하기 위해, 그 주의 일정들과 날씨(…)를 한 번 훑어서 예약을 잡는 편이다. 아무리 시대가 좋아져도 아직 한 달 뒤의 날씨 예보는 매우 부정확하기 때문. 비슷한 이유로 안경/하드렌즈 연말정산 서류, 6개월 단위의 치과검진 예약등을 관리한다. 이런 Remind성 할 일들의 관리를 시작하게 된 뒤로 심리적 안정감이 늘었다.

“책 읽기”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독서 활동 그 자체가 중요한 사람은 Habitify에서 “책 읽기”라는 태스크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목표로써 읽고자 하는 명확한 책이 있는 경우 이 태스크는 Omnifocus에서 “Unit Testing 읽기”로 관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 구체적이고 짧은 기간동안 유지되는 태스크일 수록 Omnifocus가 더 적합하다.

예전에는 챕터별로, 또는 페이지와 내가 목표하는 기간을 설정하여 페이지 단위로 Omnifocus에 “Unit Testing p.111 ~ p.123 읽기”와 같이 관리하였으나 지금은 그냥 간단하게 `${책 제목} 읽기`로 관리한다. 나는 마이크로 컨트롤 프릭이 아니었다. 둘 중에 자신에게 더 적합한 방법을 사용하자.

Mem

이 포스트도 Mem에서 글감을 대충 뽑아서 작업하고 있다.

예전부터 Notion을 사용해왔으나 Notion 특유의 검색 부정확성과 RoamResearch의 대두 등으로 인해 더 나은 PKM 앱을 찾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Mem을 약 두 달 정도 써보고 있다. 현재 무료 베타 중인 Mem의 pricing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Roam보다 싸다면 크게 문제없이 사용을 시작할 것 같다. Inbox의 개념이 있는 앱들이 난 항상 좋더라고. 아직 미완의 글들을 Inbox에 모아두는 것 만으로 내가 최근에 어떤 생각들을 발전시키고 있었는지 Grouping이 되어 편하다. Mem에서 하나의 메모, 하나의 글을 “mem”이라고 지칭하는데, 이 mem들을 서로 연결하고, tagging등으로 연결된 mem을 확인할 수 있어서 전체적인 틀을 잡는 데 좋은 것 같다.

이런 태깅과 링크 덕분에 검색하는 것 외에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줄 몰랐으나 필요했던 정보들을 쉽게 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notion보다 더 나은 최종 아카이빙 서비스로 사용하고 있다.

나는 Mem에서 다음과 같은 메모를 관리한다.

  • code/shell-script snippet
  • 계획
  • 글감
  • 인용구
  •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든 구절
  • 개인 통관 번호 (?)
  • 내 체온계에 들어가는 건전지 사이즈 (??)

다만, 카탈리나에서 shift + cmd + space로 mem spotlight을 띄워려고 할 때 Mem이 뻗는 에러가 있다. 아직 1.0 버전이 나오지 않은 베타 버전이니 (그리고 아직 공짜이니) 이해해줄 수 있다. 모바일 버전도 없다. 다만 Notion 모바일 앱을 얼마나 사용해봤나 되돌아보면 모바일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정말 급한 경우 mem.ai 웹페이지에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Simplenote

네트워크 성능 측정에 TTFB 라는 개념이 있다. Time To First Byte. 첫 번째 바이트가 오기까지의 시간. 이 시간이 짧을 수록 해당 네트워크 / 서버의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보는 것. 구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치이며, TTFB가 긴 웹 페이지는 검색결과 후순위에 배치된다고 알려져있다.

뜬금없이 TTFB를 설명한 이유는 Simplenote가 첫 번째 타이핑을 하기까지의 시간(Time To First Type)이 매우 짧은 앱이기 때문이다. TTFT의 수치 때문에 버릴 수가 없달까. 생각을 간단하게 끄적거리거나 코드 스니펫 등을 저장하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다. 핸드폰에서 메모를 한다면 나는 무조건 이 앱을 사용한다. 이렇게 저장된 텍스트들은 주기적으로 Mem으로 정리하여 옮긴다. 이전 글에서도 Simplenote에 대한 찬양을 했으니 짧게 줄인다.

3M 포스트잇

내가 사용하는 포스트잇은 총 4종류다.

(A) 책갈피로 쓴다.

(A) 이 정도의 사이즈가 책갈피로 쓰기 딱 좋은데, 색깔마다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연두색과 초록색 사이를 가위로 잘라서 사용한다. 잘라서 사용해야 책상이 덜 어지러워진다. 읽던 책의 진도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책의 윗 부분에 붙이고, 마음에 드는 문구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책의 옆쪽에 붙인다.

(B) 집안일에 쓴다.

(B) 식재료를 주로 마켓컬리로 주문해먹는 편이다. 주문이 끝나면 마켓컬리 상품 수령일과 상품 하나를 한 장에 쓴다. 모두 먹으면 포스트잇을 떼서 버린다. 트렐로 칸반으로 관리하려다가 접근성이 떨어져서 (TTFT가 구려서) 포스트잇을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마켓컬리를 시킨 다음 컬리박스를 밖에 내다놔야할 때, 형광등 스위치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 편이다. 깜빡하고 잠드는 일을 막는다. 옴니포커스에서 이런 용도의 포스트잇 붙이기를 추가한 뒤 한 단계 건너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

(C)

(C) 주로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궁금증들을 정리한다. 기술서적을 읽다가 종이에 바로 주절주절 쓰다보면 감당안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더라고. 외출시 동선이나 짧은 타임라인 고민할 때, 그리고 전화왔을 때 메모에도 사용한다.

(D)

(D) 미팅 중에 사용한다. 재택 중에 굳이 수첩을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미팅 중에 Simplenote에 정리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포스트잇으로 처리한다. 나는 미팅은 글로 짧게 정리한 뒤, 미팅 뒤에 키보드로 회의록을 거정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명쾌한 이유를 찾는 데에 실패했다. 그냥 대학원 시절의 습관인 것 같기도. 최근엔 COVID-19 백신 접종 뒤 타이레놀 히스토리와 체온측정 히스토리를 썼었다. (와! TMI!)

(번외) Spark

Readdle에서 만든 이메일 클라이언트다. 이메일도 Inbox zero를 하는 편인데, Snooze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의외로(?) Omnifocus와의 integration을 지원해서 수신한 이메일을 Omnifocus로 export 할 수 있다. 왜 공짜인지 모르겠다. 진짜 돈주고도 쓸 이메일 클라이언트. 감사함을 담아 Readdle에서 만든 다른 iOS 유료앱도 열심히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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