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D 잡생각

친구가 Things를 구매하는 게 어떤가 내게 물어봤다. GTD쪽에서는 OmniFocus가 가장 좋다며 추천을 해줬지만, Things3의 디자인이 너무 괜찮았다. (?) 내가 둘 중에서 고민한 시점에서는 개긴도긴이라 옴포를 선택했지만 Things가 2에서 3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

그래서 이놈의(?) 옴니포커스는 언제 업데이트를 할까.. 하고 찾아보니 이번 달 30일에 iOS 버전이 출시된다고 한다! 옴포가 맨 처음에 맥 버전으로 출시된 것을 감안했을 때 모바일 버전을 먼저 개발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는 사족. 뭐, 그렇게 OmniFocus3 출시 소식을 공유하다가 GTD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거기서 떠오른 여러가지 주제들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보려고 한다.


업무와 개인의 할 일 목록

조직에서는 업무가 주어진다. 업무는 곧 할 일이다.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경과보고를 하는 조직이라면 할 일 목록을 개인적으로 관리해도 되겠지만, Trello / Jira / Asana같은 프로젝트 관리 어플리케이션을 쓰는 조직도 있다. 개발조직은 대개 후자를 따르지만 종종 연구실과 같은 옛날(?) 조직에서는 전자의 접근을 취하기도? 결론부터 말해서, 업무와 사적인 할 일 목록을 하나로 합치거나 구분짓는 것은 취향이다. 그리고 나는 구분짓기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1. 업무목록을 내 어플리케이션에 동기화하는 것이 어렵다.
    1.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경우, 사실상 어플리케이션 선택권한이 없어진다. 이직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바꿔야한다.
    2.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할 일을 일일이 복사해와서 추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복사해온 일에 일어난 변화를 전파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2.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하고, 집에서는 내 일에 신경쓰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3. 업무에서 사용하는 툴은 협업을 신경쓰다보니 나에게 필요없는 기능은 잔뜩, 오히려 내가 쓰고 싶은 기능은 부족하다. 아주 대표적으로 칸반은 내게 필요없고, 반복기능은 필요하지만 없다.

OmniFocus vs. Wunderlist

Standard 버전을 기준으로 Mac 40$, iOS 40$. 다행히(?) Mac은 Education Discount를 해줘서 대학생 신분이었을 때 25$에 구매했다. 7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는가? 무료 솔루션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이 있는 것일까? 무료 GTD 앱 중에 대표적인, 그리고 곧 사라질 Wunderlist와 비교해보자.

  1. 가격은 Wunderlist의 압승.
  2. 반복기능은 OmniFocus가 훨씬 더 세밀하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깎는 ToDo를 등록했다고 가정하자. 이 ToDo를 미루고 미루다가 한 달 + 21일째가 되는 날에 결국 머리를 잘랐다면, 생각없는 툴은 7일 뒤에 머리자르기를 꽂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매주 수요일마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가정하자. 이건 하루를 놓치면 꼼짝없이 다음주 수요일까지 기다려야한다. OmniFocus에는 Repeat Regularly, Due Again After Completion, Defer Again After Completion의 반복 옵션이 있다.
  3. 폴더 설정, 서브 태스크 설정이 완벽하다.
    Screen Shot 2018-05-11 at 10.16.07 AM.png
    ToDo를 만들고 그 밑에 ToDo가 들어가는 것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4. Wunderlist의 hash-tag 기능은 OmniFocus에서 context와 비슷하게 구현되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Wunderlist는 하나의 ToDo에 여러 개의 태깅을 할 수 있다면, OmniFocus는 하나의 ToDo에 하나의 Context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 다만, OmniFoccus iOS에서 context에 장소를 연결하여 ToDo를 자신의 현재위치와 연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장소에 있을 시각 즈음에 ToDo의 Due-date를 지정해서 알람이 오게 만드는 방식에 익숙해서 자주 쓰진 않는다. 무엇보다 mac에서 context location 편집이 불가능한 것도 흠이라면 흠. 여기선 Wunderlist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5. OmniFocus와 같이 많은 기능이 붙을 수록 깔끔한 디자인을 뽑기 힘듦을 감안하더라도 Wunderlist의 디자인, 특히 직관성은 매우 좋다.  이 부분은 OmniFocus3이 나오면 조금 역전될지도.
  6. 지원하는 플랫폼은 Wunderlist의 압승.
    물론 OmniFocus는 macOS의 킬러앱이지만, 바꿔 말하면 애플 생태계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쓰기 굉장히 번거롭다.
  7. Wunderlist는 2013년 10월쯤부터 2015년 10월까지 사용했다. OmniFocus는 201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용할 정도로 손이 잘 가는 앱이다. 지속성 부분에 있어서는 OmniFocus에 쪼금 손을 들어주고 싶다. 완전 손 들어주기에는 돈 아까워서 사용한 게 분명히 있거든ㅎ..

개인적으로, 7만원 가까이 지불해서 2년 6개월을 사용했는데 꽤나 만족스럽다. OmniFocus3이 나오면 Pro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해볼 계획이고, 더 좋은 툴이 되어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가볍게 시작하기에는 iOS 버전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


매일 해야하는 일들을 굳이 GTD에서 관리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매일 해야하는 일들. 잡다한 일들. 잡일에는 세수하기, 렌즈 단백질 제거하기, 면도하기, 방 정리하기 등이 있다. 이런 잡일들을 모두 GTD에 넣어놓게 되면 아침에 정신적으로 힘들다.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 하루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해야하는 손톱깎기와 같은 잡일은 GTD에 넣어놓을만 하다.

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으면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내 삶의 컨트롤이 부족한 것 같은 상황이 싫었다. 아침에 조금 압박을 받더라도 해야하는 일을 모두 넣어두고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결국에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daily reminder + gtd를 한 번에 처리했던 것인데 여기에서 오는 압박감 말고도, 오늘 처리해야하는 TODO가 얼마나 많은지 감을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 그런 일들을 OmniFocus에서 관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첫 일주일동안 집에와서 해야하는 일들을 수첩에다가 목록을 작성해서 터는 방식으로 시작, 이후에 수첩을 주욱 보다보니 겹치는 항목들이 꽤나 많았다. 각 항목들 사이의 우선순위나 선후관계를 정리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순서대로 오늘 해야하는 일이면 처리하고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내가 정렬한 목록(의 일부)은 다음과 같다.

  1. 렌즈 정리
  2. 발 씻기
  3. 저녁
  4. 택배 뜯기
  5. 방 청소
  6. 분리수거
  7. 운동
  8. 영양제
  9. 씻기
  10. 남은 ToDo 털기

나갔다 왔으면 씻어야하는데 발 씻고 렌즈 정리하는 것보다는 렌즈가 먼저와야할 것 같았고. 분리수거하고나서 방 청소하거나 택배 뜯으면 또 분리수거해야하니까. 뭐 그런 사소한 시행착오들에서 정렬했다. 귀가하고 나서는 엄청 중요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위 항목을 더 우선해서 처리한다. 수첩으로 적당히 하다가, 이제 슬슬 요것만 따로 OmniFocus 말고 다른 앱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뭐.. 펜으로 끄적끄적 하는 재미도 나름 있어서 크게 바꿀 이유는 없을 것 같기도…


끝으로

  • GTD는 어디까지나 방법론이다. 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OmniFocus든, Wunderlist든, 아니면 학종이에 할 일 적어서 떠오를 때 마다 상자에 넣고 하나씩 꺼내서 처리하든, 아니면 굳이 GTD를 쓰지 않고 처리하든, 어떤 수단으로건 일을 해내는 것이 본질이다.
  • 관리 비용이 점점 커져서 자신의 생산성이 저하된다 느껴진다면 조금씩 변경해나가는 것이 낫다. 자동화된 툴에 맞추는 것도 좋지만, 처음에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서서히 스마트하게 바꿔나가는 것도 생각해보자.
  • 이후에 여러 앱을 사용해보고 그 앱으로 어디까지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는지 체크해서 자신의 사용패턴에 맞는 앱을 찾는 것이 좋겠다. Wunderlist로도 충분한 사람인데 굳이 돈 주고 OmniFocus를 살 필요는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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