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미뤄도 되는 일인가 구분하기

프랭클린 다이어리로 대표되는 FTF (First Thing First) 를 재수생 시절에 써봤던 경험이 있는데, 모든 일을 완벽하게 계획해서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그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그 궤도에 오르기까지가 엄청나게 힘든 접근방식이라고 느꼈다. 계획을 완벽하게 짜기도 어렵거니와 그 허들 높은 완벽한 계획을 결점없이 실행한다는 것 또한 매우 어렵더라고. 탈선하기도 아주 쉽다

이후에 GTD (Getting Things Done) 의 매력에 빠지고 공부하고 적용하다보니 깨달은 것은, 가장 편하면서 동시에 나태해지기 쉬운 부분이 바로 Due date 수정이라는 것이다. 일단 오늘해도 되고 내일해도 되는 일이면 내일하게 되는 게 사람이거든. FTF의 접근 방식으로는 그 모든 것을 세분화해서 10정도의 노력이 들어가는 일을 5개로 쪼개서 각각 월화수목금에 실행하겠다고 한다면,  GTD는 (저마다 다른 접근 방식이 있겠지만) 5개로 쪼갠 뒤에 Due date 이전에만 처리하면 되는 방식인데, 여기서 GTD 의 맹점이 드러나게 된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금요일에 5개의 할 일을 마주하게 되거든 (…)

대부분의 사람들은 GTD를 분더리스트나 옴니포커스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곳에서 가장 많이 보는 화면이 Today이다.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일단 Today에 할 일이 들어가있는 이상 내일, 모레 할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기 마련이고, Today의 할 일은 12시 전까지만 해내면 되니까~ 하면서 미리미리 할 일을 처리하기 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시즌이나 가능하다.

결국 더 급한 일, 손에 잡히는 일을 그 때 그 때 처리한다는 GTD의 매력은, 다운되어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때에는 내 생산성에 엄청난 독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옴니포커스를 구매하고도 거의 FTF 처럼 써왔던 것 같은데 최근에 할 일에 적절한 Prefix를 붙이면서 어느정도 해결된 듯 하여 이 접근방법을 공유해본다.

To-Do Naming Convention 정하기라고나 할까. 먼저 Prefix가 붙지 않은 케이스인, 전통적인 할 일 (To-Do) 은 Due date를 미룰 수 없다. 물론 진짜 중요하기 떄문에 그 날에 끝내야 하는 경우는 Star를 붙이는데, 보통 진짜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 이전부터 그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잘 없으므로, 정말 간단한 할 일들이 이런 분류다. 분리수거하기, 집 들어가는 길에 포카리 사가기 같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거나 갑작스럽게 생각난 / 부탁받은 일들.

Prefix가 붙는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 과제(또는 마일스톤)을 최상위 할 일로 만들어 그 할 일의 Due date를 과제의 Due date와 일치하게 한 뒤에, 이 최상위 할 일 밑에 Sub To-Do를 만들어서 할 일을 쪼갠다. 할 일을 쪼갠 뒤에는 할 일의 앞에 W20 Fri < 와 같은 Prefix를 붙인다. 의미는 간단하다. 이 할 일은 Due date를 미룰 수 있지만, 20주 금요일 전까지는 끝나야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20주 금요일 이후로는 미룰 수 없는 할 일이라는 뜻!

실제 예로 들어가보자. 만약, 한 달 후에 제출해야하는 과제가 발표됐다면, 운영체제 HW3라는 최상위 할 일을 만들어 이 할 일의 Due date를 한 달 뒤로 잡는다. 이후 이 과제를 적당히 8단계로 나누어 (실제로 그렇게 잘게 쪼개진 않고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위한 설명) 4주에 2단계씩 진척하기로 계획했다고 하고, 이번 주에 진행할 두 단계를 각각 단계1과 단계2라고 했을 때, 단계1은 W20 Wed < 접두사를 붙여서 Due date는 월요일로, 단계2는 Wed Sun < 접두사를 붙여서 Due date는 목요일로 해놓고 월요일부터 차근차근 미뤄가며 작업을 진행하면 방식이다.

여기서 적당히 미뤄가며 할거면 월화수, 목금토일 나누는게 어떤가 싶은 사람은 직접 한 번 나눠서 계획을 짜보면 그 오버헤드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 애초에 그렇게 다 나눠서 할 거였으면 FTF를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고, 수첩을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화 된 도구를 사용하는 이점을 최대화 하면서, 자칫 나태해질 수 있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형식이다. 물론 Prefix를 붙이는 것 또한 그 나름의 오버헤드가 있지만, 월화수, 목금토일 다 나누는 오버헤드보다는 훨씬 작고, 실제로 일주일 안에 해야하는 일을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는 경우도 드물거든. 훨씬 유연한 계획 방법이라 생각하여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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