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te work

제목을 재택근무라고 쓰지 않는 이유는 내가 뼛속까지 사대주의자라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 꼭 집에서 일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집 밖 카페도 있고, 동아리방에서 할 수도 있고, 회사가 아니고 자신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remote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 같다.

 

회사의 규모가 커져가면서 사규(?)와 비슷한 규칙을 정하게 되면서 나온 주제다. remote(이하 리모트) 외에도 호칭문제, 출근/퇴근시간, 휴가…등등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일단 이번에는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리모트를 다루기로 했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해볼까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리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미팅이 있으니까 반드시 출근해야하고, 점심을 같이 먹는다. 화,수,목은 출근하든 리모튼하든 자유.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음. 슬랙과 아사나에서 빠른 반응하기. 회사 연락망에 자신의 연락처를 공유해서 전화는 무조건 받기 등등.

 


이 결론을 내기 위해 첫 번째로 생각했던 부분은 소속감/유대감이다.

소속감과 유대감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엔 모두 동의했지만, 그래도 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결론지었고, 그 결과 적당한 유대감을 유지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수렴했다. 물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면서 비지니스로만 만나는 관계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현재 인원의 3~4배가 됐을 때에 나와 업무가 전혀 겹치지 않는 사람들과 굳이 유대관계를 가질 필요, 그리고 기회도 별로 없으며, 그 효용도 미지수라는 것에도 다들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해져서 서로 손해볼 것 없이 좋은 사람들이라서 (?) 적당한 유대감을 유지하기로 결정.

그럼 유대감을 유지하려면 리모트를 하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등장했다. 자주 봐야 미운 정이라도 쌓일텐데,,, 와 같은 우려. 하지만, 현재 열심히 출근하는 와중에도 업무 중으로 부딪히는 일이 없는 사람들끼리는 정말 말 섞기도 힘들다고 느꼈거든. 결국엔, 업무로 부딪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출근을 하든, 리모트를 하든 상관이 없는 것 같더라고. 오히려, 같이 담배피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빠르게 친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고! (난 소외되고!)

그래서 회식을 자주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가, 지금도 회식 2~3달에 한 번 하는데, 이걸 명문화시키면 좀 이상해지지 않냐? 점심이나 같이먹자. 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두 번째로 생각했던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을 굳이 면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열심히 고민해본 결과,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따고 결론내렸다. 하나는 서로에게 업무를 부과하고 follow-up 하는 과정. 이건 오히려 카카오톡/네이트온/슬랙과 같은 채팅방 스타일의 협업툴보다는 트렐로/아사나와 같은 협업툴이 더 잘 어울리고, 기록으로 다 남고, 진행 도중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더라도 쉽게 쉽게 따라온다는 점에서, 리모트 근무를 하더라도 상관이 없는 부분.

다른 하나는, 회의로 으쌰으쌰 하는 것. 아무리 스카이프/어피어인/팀뷰어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면대면으로 만나서 하는 효율을 따라갈 수가 없다. 특히,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하는 회의는 종이를 쫘롸롸롸 펼쳐놓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겠더라. 그 외에도 화이트보드 써가며 으쌰으쌰 설명해야하는 경우에도 화상회의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다.

그래서 첫 번째 이유와 합쳐져서, 미팅이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진행하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된 것!

 


세 번째로 생각했던 부분은 업무효율/업무태만이다.

이 부분에도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 하나는, 두 번째 부분과 비슷하게 아무리 아사나로 태스크를 꼽더라도 면대면으로 말로 설명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냐는 것. 하지만, 정말 급한 용무가 아닌 다음에야, 잠깐 시간 괜찮아? 라고 하면서 업무를 설명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결론났다. 설명하는 쪽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느끼지만, 받는 쪽은 인터럽션인 경우가 왕왕 있거든.

그 결과, 정말 급한 일이면 슬랙/전화. 아니면 아사나로 비동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러는 편이 종종 발생하는 인터럽션이 줄어들어 집단 전체의 효율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 이라고 보면 정확할 듯. 프로덕트팀이야 진-즉에 트렐로와 아사나 등의 협업툴을 쓰면서 진행해왔지만, 최근 마케팅 사이드에서도 본격적으로 아사나를 쓰기 시작하니까 다들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정확하게 파악 되었다고 (…)

또 다른 쟁점은, 만나서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업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주 대표적으로 디자인 회의/신입교육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특히 신입교육은 ‘아 새로 오신 분이세요? 저는 오늘 리모트라 집에서 근무할건데 질문 있으면 슬랙하세요~’ 이러는 태도는 확실히 싸가지다. 마치, 화이트보드가 필요한 미팅처럼 면대면으로 만나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경우. 이런 경우는 일정기간 오리엔테이션으로 같이 사수되는 사람이 출근하는 것이 어떤가… 하고 나 혼자 결론내림.

그럼 이제, 가장 궁금해하는 업무태만을 어떻게 잡아낼 것이냐. 사실 근태라 함은… 회사에 와서도 놀려고 하면 얼마든지 놀 수 있고, 보는 눈 하나 없어도 일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게 사람인데, 이것을 ‘단속’하는 것이 맞냐는 문제에 ‘아니다’ 라고 결론난 것 같다. 믿고 뽑았으면 믿고 쓰자.. 라고 결론난게 아닌가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문화 했지만, 결국에 어떻게 성과를 측정할지는 적당히 넘어갔거든 ㅎ_ㅎ.

결국엔 그거다. 정승같이 키우면 정승 되고, 머슴같이 키우면 머슴 된다. 너무 허탈한 결론이지만, 그냥 서로를 믿기로 결정했다. 사실, 개발쪽이야 이 사람이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깃허브 푸시하는 것, 아사나 태스크 비워내는 것 등을 보면 충분히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빅브라더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다른 쪽은 알아서들 하시겠거니, 사실 개발 블로그에서 거기까지 다루면 좀 과한 듯ㅎ… 네. 사람 잘 뽑으시면 됩니다. (도망)

 


그 외에도 쟁점으로 떠올랐던 부분들이 있는데, 위 세 항목에 흡수되어 버린 것은 비밀 ㅎㅅㅎ.

사실, 이전에 엔지니어100에서 만났던 배민누님을 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었지만, 아무튼 우리회사규칙에 스스로 초석을 닦았다는 점이 굉장히 좋다. 사람이 가장 스트레스 받을 때는, 상황에 대한 컨트롤을 느끼지 못할 때라는 글을 책에서 읽었었는데,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참 재미있었다^^7

음, 어떻게 마무리하지. 개발블로그인데 이런거 올려도 되나 몰라. 이만 글 줄임.

 

p.s.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매주 회의 때 이번주에 할 일을 철저하게 정해서 분배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할 일을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업무와 그리고 철저하게 정하는게 과연 가능한가, 거기서 오는 오버헤드를 충분히 감내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방법일까에 대한 고민 결과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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